들어가기 | 아미노산 세 개가 연결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아미노산 한 분자는 아미노기·카복실기와 다양한 곁사슬을 가진다. 아미노산이 연결되면 개별 분자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서로 다른 성질의 곁사슬을 한 사슬 위에 배열할 수 있다. 결합 순서에 따라 작용기 사이의 거리와 전하 분포가 달라지고, 사슬이 충분히 길어지면 특정한 입체구조와 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펩타이드의 성질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구성 아미노산의 종류를 세는 것에서 벗어나 결합과 배열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이 단원은 3.1단원에서 학습한 자유 아미노산의 pKa·쌍성이온 개념을 펩타이드에 확장한다. 주사슬을 이루는 α-아미노기와 α-카복실기가 결합에 사용되면 그 자리에서는 자유 아미노산과 같은 이온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사슬의 양 끝과 이온화 가능한 일부 곁사슬은 여전히 산·염기로 작용할 수 있다.
2.1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사슬이다
1. 펩타이드 결합과 아미노산 잔기
펩타이드는 두 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아마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화합물이다. 보통 한 아미노산의 α-카복실기와 다음 아미노산의 α-아미노기 사이에 –CO–NH– 결합이 형성된다. 이러한 아마이드 결합을 펩타이드 결합(peptide bond)이라 한다. 두 아미노산을 형식적으로 축합하면 물 한 분자에 해당하는 원자들이 제거되며 다이펩타이드가 형성된다. 이 설명은 전체 원자 수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생체 내 합성은 리보솜과 활성화된 아미노아실-tRNA의 반응으로 진행된다.
펩타이드 사슬 내부의 아미노산 단위는 자유 아미노산에서 물에 해당하는 성분이 제거된 형태이므로 아미노산 잔기(residue)라고 부른다. 아미노산 잔기는 고유한 R기를 유지하며, R기의 구조와 이온화 특성이 펩타이드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2. 사슬의 방향성과 서열 표기
선형 펩타이드 사슬에는 일반적으로 자유 α-아미노기를 가진 N 말단과 자유 α-카복실기를 가진 C 말단이 있다. 펩타이드의 아미노산 순서는 N 말단에서 C 말단으로 쓴다. 예를 들어 Gly–Ala–Ser와 Ser–Ala–Gly는 구성 잔기의 수와 종류가 같지만 결합 순서가 다른 서로 다른 분자이다.
3. 펩타이드 결합은 완전히 자유롭게 회전하지 않는다
펩타이드 결합의 C–N은 아마이드 공명 때문에 부분적인 이중결합 성격을 나타낸다. 따라서 결합을 이루는 원자들은 대체로 한 평면에 놓이며 C–N 축 주위의 회전이 제한된다. 그 대신 주사슬의 N–Cα와 Cα–C 결합 주변 회전각인 φ(파이), ψ(프사이)가 펩타이드의 입체형태를 바꾸는 데 기여한다. 이 내용은 제4단원의 단백질 3차원 구조에서 자세히 다룬다.
펩타이드 결합은 일반적으로 trans 배열을 선호한다. 특히 다음 잔기가 프롤린인 X–Pro 결합에서는 다른 펩타이드 결합보다 cis 배열이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지만, 모든 X–Pro 결합이 cis인 것은 아니다.
4. 결합 수·물의 수·질량 보존 계산
서로 연결된 아미노산 n개로 구성된 곧은 사슬 하나에는 n−1개의 펩타이드 결합이 있다. 형식적으로 제거되는 물 분자의 수도 n−1개이다. 따라서 원래의 자유 아미노산 분자량을 합한 뒤 (n−1)×18.015 g/mol을 빼면, 다른 화학적 변형이 없는 선형 펩타이드의 대략적인 몰질량을 구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서로 분리된 사슬이 있다면 총 잔기 수 n에서 사슬 수 k를 뺀 n−k가 펩타이드 결합 수이다.
시스테인 잔기 두 개가 산화되어 이황화결합(S–S)을 만들면 두 개의 –SH에서 수소 원자 두 개에 해당하는 질량이 추가로 감소한다. 결합 1개당 감소량은 약 2.016 g/mol이다. 그러나 아세틸화·아마이드화·당화 등 다른 변형이 있으면 그 변화도 별도로 반영해야 한다.
2.2 펩타이드는 이온화 경향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1. 펩타이드에서 전하를 띠는 위치
펩타이드의 전하는 사슬의 말단과 전하를 띨 수 있는 곁사슬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반적인 α-펩타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내부 잔기의 α-아미노기와 α-카복실기는 아마이드 결합에 참여하므로 자유 아미노산에서처럼 독립적인 말단 작용기로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α-아미노기·α-카복실기가 결합에 사용되지 않는 특정 곁사슬의 카복실기 또는 아미노기는 남아 있을 수 있다.
표의 pKa는 수업용 참고값이다. 실제 펩타이드에서는 인접 원자의 전하, 수소결합, 용매 노출 정도에 따라 pKa가 바뀐다. 특히 N·C 말단의 pKa는 서열과 주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커서 특정 단일값을 모든 펩타이드에 적용할 수 없다.
2. pH와 평균 순전하의 관계
산성도가 달라지면 음전하를 띠는 작용기와 양전하를 띠는 작용기의 비율이 변한다. 아민과 같은 염기성 작용기는 양성자화된 상태에서 +1, 탈양성자화된 상태에서 0을 띠는 것으로 간주한다. 카복실기와 같은 산성 작용기는 양성자화된 상태에서 0, 탈양성자화된 상태에서 −1을 띤다. 헨더슨–하셀바흐식으로 두 상태의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평균 순전하 z는 양전하를 나타내는 모든 작용기의 분율을 더하고 음전하를 나타내는 작용기의 분율을 빼서 구한다. ‘정수 전하’는 특정 이온화 상태의 한 분자에 부여하는 전하이고, ‘평균 순전하’는 많은 분자를 관찰했을 때의 통계적 평균이다. 따라서 평균 순전하는 소수로 나타날 수 있다.
3. Ala–Glu–Lys의 전하 예측
N 말단 pKa=9.0, C 말단 pKa=2.2, Glu 곁사슬 pKa=4.3, Lys 곁사슬 pKa=10.5를 가정한다. 매우 산성인 조건에서는 두 염기성 작용기가 양전하를 띠고 카복실기는 주로 중성이다. pH가 증가하면 먼저 C 말단과 Glu 곁사슬이 음전하를 띠고, 이후 N 말단과 Lys 곁사슬의 양전하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4. 등전점과 전기영동
등전점(pI)은 분자의 평균 순전하가 0이 되는 pH이다. 두 말단만 이온화하는 단순한 펩타이드에서는 양·음전하가 균형을 이루는 두 pKa의 평균으로 근사할 수 있다. 곁사슬이 추가로 이온화된다면 전하가 0인 우세한 화학종의 앞뒤에 위치한 두 pKa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평균 공식은 추가적인 이온화 또는 서로 겹치는 평형이 있는 경우 근사일 뿐이며, 보다 정확한 pI는 평균 순전하 식의 근을 계산한다.
등전점보다 pH가 높을 때 펩타이드가 평균적으로 음전하를 띤다면 전기영동에서 양(+)극 쪽으로 이동하기 쉽다. 반대로 pH가 pI보다 낮으면 평균적으로 양전하가 커진다. 다만 실제 이동도는 전하뿐 아니라 분자 크기·모양·전기장 세기·완충액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단백질의 전기영동은 3.3단원에서 자세히 다룬다.
2.3 생물학적 활성이 있는 펩타이드와 폴리펩타이드의 크기는 다양하다
1. 펩타이드와 단백질의 경계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다이펩타이드는 잔기 두 개, 트라이펩타이드는 잔기 세 개로 이루어진다. 보통 짧은 사슬을 펩타이드, 상대적으로 긴 사슬을 폴리펩타이드라고 부르지만, 단백질이라는 명칭은 길이뿐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기능·관례에 따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은 51개 잔기와 두 사슬로 구성되지만 펩타이드 호르몬 또는 단백질 호르몬이라고 모두 부른다. 특정 길이 이상이면 반드시 단백질이라고 판단하는 엄격한 절단값은 없다.
2. 이황화결합과 펩타이드 호르몬의 기능
시스테인 두 잔기의 –SH가 산화되어 형성하는 –S–S– 결합을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이라고 한다. 이 결합은 서로 멀리 떨어진 서열 부분이나 서로 다른 사슬을 연결하여 분자의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 옥시토신은 9개 잔기로 이루어진 작은 고리형 부분을 가진 펩타이드이며, 두 시스테인 잔기 사이의 이황화결합으로 구조가 제한된다. 인슐린은 A사슬 21개, B사슬 30개로 구성되고 두 사슬 사이 이황화결합 두 개와 A사슬 내부 이황화결합 한 개를 가진다.
많은 생리활성 펩타이드는 처음부터 최종 길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슐린은 프리프로인슐린과 프로인슐린을 거쳐 성숙 인슐린으로 가공된다. 전구체의 신호 서열과 연결 부위가 절단되고 올바른 이황화결합이 유지되어야 최종 생리활성이 나타난다.
3. 글루타티온의 특수한 결합과 항산화 작용
글루타티온(GSH)은 글루탐산, 시스테인, 글리신으로 된 트라이펩타이드이다. 일반적인 α-펩타이드와 다르게 첫 번째 결합은 글루탐산 곁사슬의 γ-카복실기와 시스테인의 아미노기 사이에 형성된다. 따라서 글루타티온은 3개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단순하지만 결합의 위치는 특수하다. 시스테인의 –SH는 산화환원 반응에 관여한다.
글루타티온 환원효소는 NADPH의 환원력을 이용해 GSSG를 GSH로 되돌리는 반응을 촉진한다. 따라서 세포의 글루타티온 농도뿐 아니라 GSH와 GSSG의 비율도 산화환원 상태를 이해하는 지표가 된다. 다만 이 비율만으로 세포의 모든 산화환원 상태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2.4 일부 단백질은 아미노산 이외의 화학군을 함유하고 있다
1. 단백질에 결합한 비아미노산 성분의 역할
모든 단백질이 아미노산 잔기만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단백질은 금속 이온, 헴·FAD 같은 유기 보조인자, 당사슬, 지질, 인산기와 결합하거나 이들 성분을 공유결합으로 부착한다. 이처럼 폴리펩타이드 부분 외에 다른 화학적 성분이 기능에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기능성 복합체에 포함된 성분은 결합의 강도와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한다.
2. 보결분자족과 보조인자
보조인자(cofactor)는 단백질의 기능에 필요한 비단백질성 성분을 폭넓게 가리킨다. 금속 이온도 보조인자에 포함될 수 있다. 보결분자족(prosthetic group)은 단백질에 매우 단단하게 결합한 보조성분을 흔히 뜻한다. 예를 들어 헤모글로빈의 헴은 철을 포함한 포르피린 구조로 산소 결합에 필수적이다. 헤모글로빈의 폴리펩타이드만으로는 정상적인 산소 운반 기능을 설명할 수 없다.
3. 단백질의 공유결합 변형과 비공유 결합 복합체를 구분한다
당단백질의 당사슬과 일부 지질화 단백질의 지질은 폴리펩타이드에 공유결합으로 부착된다. 반면 혈장 지단백질 입자인 LDL은 단백질과 지질이 함께 이룬 복합체이며, 그 모든 성분이 하나의 공유결합 사슬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단백질이 다른 화학군을 ‘포함한다’는 설명은 공유결합·비공유 결합·금속 배위 결합 등 결합 방식의 차이를 가리지 않는 표현이므로, 구조와 기능을 분석할 때는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 핵심 질문 펩타이드의 순전하를 계산할 때 왜 모든 아미노산의 α-아미노기와 α-카복실기를 합산하지 않는가? |
|---|
| 계산 예제 1 Gly–Ala–Ser를 구성하는 자유 아미노산의 몰질량을 각각 75.07, 89.09, 105.09 g/mol로 놓으면 M=75.07+89.09+105.09−2×18.015=233.22 g/mol이다. 수치는 반올림으로 인해 근소하게 달라질 수 있다. |
|---|
| 작용기 | 대표 위치 | 일반적 전하 변화 | 대표 pKa(근사값) |
|---|---|---|---|
| C 말단 –COOH | 사슬 끝 | 0 → −1 | 2~4 |
| Asp·Glu 카복실기 | 곁사슬 | 0 → −1 | 약 3.9 / 4.3 |
| His 이미다졸 | 곁사슬 | +1 → 0 | 약 6.0 |
| N 말단 –NH₃⁺ | 사슬 시작 | +1 → 0 | 8~9.5 |
| Cys –SH | 곁사슬 | 0 → −1 | 약 8.3 |
| Tyr 페놀성 –OH | 곁사슬 | 0 → −1 | 약 10.1 |
| Lys –NH₃⁺ | 곁사슬 | +1 → 0 | 약 10.5 |
| Arg 구아니디늄 | 곁사슬 | +1 → 0 | 약 12.5 |
| 계산 예제 2 pH 7.0에서 Ala–Glu–Lys의 평균 순전하는 약 0에 가깝다. N 말단 ≈+0.990, Lys ≈+1.000, C 말단 ≈−1.000, Glu ≈−0.998을 더하면 z≈−0.008이다. 한 개별 분자가 정확히 −0.008의 전하를 갖는다는 뜻은 아니다. |
|---|
| 분자 | 길이 / 구성 | 대표 기능 | 특기 사항 |
|---|---|---|---|
| 글루타티온(GSH) | 3개 잔기 | 세포 산화환원 방어 | γ-글루타밀 결합 |
| 안지오텐신 II | 8개 잔기 | 혈압·체액 조절 | 옥타펩타이드 |
| 옥시토신 | 9개 잔기 | 자궁 수축·젖 분출 | 이황화결합 1개 |
| 글루카곤 | 29개 잔기 | 혈당 항상성 | 한 개의 펩타이드 사슬 |
| 인슐린 | 51개 잔기, 2사슬 | 혈당 조절 | 3개의 이황화결합 |
| 유비퀴틴 | 76개 잔기 | 단백질 수명·신호 조절 | 다른 단백질에 결합 가능 |
| 성인 HbA | 574개 잔기, 4사슬 | 산소 운반 | α₂β₂ 복합체 + 헴 4개 |
| 종류 | 대표 사례 | 비아미노산 성분 | 생화학적 기능 |
|---|---|---|---|
| 헴단백질 | 헤모글로빈, 마이오글로빈 | 헴(포르피린·철) | 산소 결합·운반 |
| 금속단백질 | 탄산무수화효소 | Zn²⁺ | 촉매 반응에서 기능성 금속 중심 |
| 플라보단백질 | 숙신산 탈수소효소 | FAD | 전자 전달과 산화환원 |
| 당단백질 | 막 수용체, 면역글로불린 | 공유결합 올리고당 | 접힘·안정성·세포 인식 |
| 지질화 단백질 | 막 부착 신호단백질 | 공유결합 지질 | 막 표적화와 결합 |
| 인단백질 | 카세인 등 | 인산기 | 성질·기능의 조절 |
| 확인할 개념 ‘헴단백질’은 헴이 기능에 기여하는 단백질을 뜻한다. ‘당단백질’은 단백질에 당이 공유결합한 것이며, ‘단백질–지질 복합체’는 지질이 반드시 공유결합으로 붙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
|---|